
홍콩 딤섬 한 접시가 한화 1만 3천 원 수준이라는 말, 반신반의했습니다. 물가가 살인적이라고 소문난 도시에서 그 가격이 가능하냐고요. 직접 먹어보니 가능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케네디타운 농구코트, 블로그 사진과 실제는 달랐습니다
케네디타운 농구코트는 인스타그래머블 스팟(Instagrammable Spot), 즉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SNS에서 유명세를 탄 곳입니다. 인스타그래머블 스팟이란 소셜미디어에 올렸을 때 반응이 좋은 시각적 요소가 갖춰진 장소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한산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희가 방문한 날은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할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농구코트의 강렬한 색 대비와 배경으로 솟아오른 홍콩식 고층 아파트, 이른바 주거 밀집형 타워 블록(Tower Block)이 만들어내는 구도가 홍콩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제대로 살려줍니다. 쨍한 색감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배경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한 가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르막이 생각보다 있습니다. 첫 코스로 잡으면 다음 일정에서 체력이 좀 아깝게 빠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식사를 마친 뒤 소화도 시킬 겸 방문했는데, 이 순서가 훨씬 낫다고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컨디션으로 갈 필요 없이, 여행 동선 중간에 가볍게 끼워 넣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케네디타운 방문 시 체크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농구코트 철조망 사이로 프레임을 잡으면 구도가 살아납니다.
- 주변에 % 아라비카 카페가 있지만, 바다 뷰 테라스 좌석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 오르막이 있으므로 식사 후 소화 코스로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케네디타운역에서 도보 접근이 가능하고, 옥토퍼스 카드(Octopus Card)로 이동이 편리합니다. 옥토퍼스 카드란 홍콩의 교통 및 소액 결제 통합 선불 카드로, 지하철·버스·트램·페리 모두 사용 가능합니다.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홍콩은 연간 약 5,0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아시아 대표 관광지로, 특히 로컬 문화와 도시 경관이 공존하는 지점이 여행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홍콩 관광청). 케네디타운 농구코트가 딱 그 공존의 현장입니다.
뉴힝팻딤섬과 퍼프베이크, 가성비의 기준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딤섬 전문점에서 현지인 맛집을 찾을 때 가장 어려운 건 메뉴판 해독입니다. 뉴힝팻딤섬(New Hing Fat Dim Sum)은 메뉴가 전부 한자로만 되어 있어서 처음엔 당황스러웠습니다. 저희는 결국 번역 앱을 열어서 추천 메뉴 두 개가 뭔지 확인한 뒤 주문했습니다. 이런 경험 자체가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쇼마이(Siu Mai)는 딤섬 메뉴 중 새우와 돼지고기를 얇은 피로 감싼 찐 교자 형태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새우즙이 가득 차 있고 간이 딱 맞았습니다. 뜨거워서 혀가 살짝 고생했지만, 그걸 감수할 만한 맛이었습니다. 창펀(Cheung Fun)은 쌀가루를 얇게 쪄서 돌돌 만 홍콩식 라이스 롤로, 보들보들한 겉면과 달리 안에 빠삭빠삭한 식감이 있어서 이 대비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창펀을 처음 먹어본 저로서는 이 식감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두 메뉴를 합쳐서 71홍콩 달러, 한화 약 1만 3천 원이었습니다. 홍콩 물가를 감안하면 이건 그냥 가성비가 아니라 경이로운 가격입니다. 현지인이 실제로 이용하는 로컬 다이닝 에스태블리시먼트(Local Dining Establishment), 즉 동네 밀착형 식당이 주는 가격과 품질의 조합은 관광 식당에서 절대 만나기 어렵습니다.
디저트로는 퍼프베이크(Puff Bake)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었습니다. 홍콩 에그타르트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버터를 겹겹이 접어 구운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 껍질 타입이고, 다른 하나는 밀가루 반죽을 구운 쇼트크러스트 페이스트리(Shortcrust Pastry) 타입입니다. 퍼프 페이스트리란 얇은 반죽 사이에 버터를 층층이 끼워 결을 만든 바삭한 껍질을 말합니다. 퍼프베이크는 퍼프 페이스트리 타입으로, 버터 향이 강하고 크기도 컸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괜찮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쇼트크러스트 타입의 에그타르트가 더 취향에 맞았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보면 자신의 취향이 어느 쪽인지 확실히 알 수 있으니 둘 다 먹어보시길 권합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밀크티 컵을 사러 돌아다닌 것이었습니다. 홍콩 밀크티 컵은 레트로 디자인과 엔틱한 질감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홍콩 기념품입니다. 저희는 총 4개를 구입해서 양가에 선물로 드렸습니다. 국내에서 구입하면 가격이 꽤 올라가는데, 현지에서 직접 사면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홍콩 레트로 문화와 엔틱 감성이 집결된 주방용품류는 그릇 가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제가 직접 여러 곳을 둘러보니 가게마다 가격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완충제를 미리 챙겨간 덕분에 그릇 10여 개를 한국까지 무사히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홍콩 소매업 환경에 대한 정보는 홍콩 무역발전국(HKTDC)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홍콩 무역발전국).
홍콩 영화를 한두 편 본 적은 있었지만, 솔직히 그때는 배경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왜 홍콩 영화 특유의 질감이 만들어졌는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도시 자체가 레트로와 현대가 층을 이루고 있는 구조입니다.
홍콩 2일차는 기대와 실제를 계속 비교하게 만드는 하루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홍콩은 물가가 무조건 비싸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지인 식당을 찾아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케네디타운 농구코트는 줄이 서 있어도 방문할 이유가 충분하고, 딤섬 한 끼는 생각보다 훨씬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동선 짤 때 식사 후 코스에 농구코트를 배치하고, 기념품 쇼핑은 여러 가게를 비교한 뒤 결정하시면 훨씬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