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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여행 (케이블카, 찹쌀떡, 호반식당)

by beawarded 2026. 4. 28.

조용한 여행지를 찾는다고 하면 대부분 강원도나 전남 남해안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저는 제천을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충북 한가운데 있는 내륙 도시에서 다도해를 닮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직접 와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청풍호 케이블카와 비봉산 모노레일, 뭘 먼저 타야 할까

청풍호 일대는 관광지리학에서 말하는 내륙 수변 관광 자원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내륙 수변 관광 자원이란 해안이 아닌 강·호수·저수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자연 경관 자원을 의미하는데, 청풍호는 충주댐 건설로 생긴 인공 호수이면서도 섬처럼 솟은 지형이 물 위로 드러나 마치 남해 다도해를 연상시키는 지형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내려다봤을 때, 경상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물길의 형태가 펼쳐져서 꽤 놀랐습니다. 호수 한가운데 낮게 잠긴 나뭇가지들이 악어 등처럼 보이는 지점도 있는데, 물이 많이 빠진 날에는 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케이블카 정상에서 안내판을 보며 악어섬 같은 지형지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습니다.

비봉산 모노레일은 선착순 탑승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선착순 방식이란 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 도착 순서대로만 탑승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성수기나 주말에는 오전 일찍 마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타지 못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미 오전 시간대에 탑승 인원이 찼다는 안내를 들었을 때 제천이 이렇게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진 곳이었나 싶었습니다. 꼭 모노레일을 타고 싶다면 여행 첫날 가장 먼저 비봉산으로 향하는 것을 권합니다.

제천 청풍호 일대를 방문할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핵심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블카는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조망이 핵심 볼거리입니다.
  • 모노레일은 선착순 현장 탑승 방식으로, 주말 및 성수기에는 오전 중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 청풍호 수위에 따라 악어섬 등 지형지물의 형태가 달라지므로, 수위가 높을 때 방문하면 더욱 선명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줄을 서서라도 먹어야 했던 덩실분식 찹쌀떡

제가 제천에서 가장 오래 기다린 것은 케이블카도, 모노레일도 아니었습니다. 덩실분식 찹쌀떡이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에 오픈하는 가게 앞에 아침을 먹지 않고 도착했고, 손에 떡을 쥐었을 때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의 대기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떡류 평가에서 흔히 사용하는 관능 평가 기준, 즉 외관·향·조직감·맛의 네 가지 항목으로 따지자면, 이 찹쌀떡은 특히 조직감과 충전물 품질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관능 평가란 사람의 감각기관을 통해 식품의 품질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제조업계에서 표준 품질 관리 도구로 활용됩니다. 피의 두께와 탄력이 적당했고, 무엇보다 속의 팥이 달기만 한 게 아니라 원물의 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지역 명물 떡을 많이 먹어봤지만, 팥 앙금이 이 정도 수준인 곳은 드물었습니다.

국내 전통 떡 시장은 건강식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떡류 시장 규모는 최근 수년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당일 생산·판매 방식의 수제 떡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덩실분식의 운영 방식이 바로 이 흐름과 일치합니다. 매일 소량을 만들어 당일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재고를 남기지 않고, 방부제도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가게 이름인 덩실분식이라는 이름도 떡을 받기 전부터 기분을 좋게 만들었는데, 이게 단순한 인상이 아니라 실제 구매 경험 전체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박스를 구매했고 한 박스는 여행 중에 다 먹었습니다. 나머지 한 박스를 집에 가져가는 내내 빨리 도착하고 싶었습니다.

호반식당 생곤드레밥, 왜 어르신들이 더 좋아하는지 알았습니다

호반식당은 예약이 불가능한 현장 방문 전용 식당입니다. 현장 방문 전용이란 사전 예약 시스템 없이 당일 도착 순서대로 착석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가스트로 투어(gastro tour, 특정 지역의 음식을 목적으로 한 미식 여행)를 통해 방문했기 때문에 대기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일정 구성을 잘했다 싶었습니다.

생곤드레밥의 핵심은 이름 그대로 '생(生)'에 있습니다. 건조하거나 데친 곤드레가 아니라 생것을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향과 식감이 다릅니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의 어린 순을 부르는 강원·충북 지역의 방언으로, 식이섬유 함량이 높고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방부제 없이 당일 수확분을 사용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직접 먹으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음식을 먹는 내내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자체의 맛에 집중하는 방식이 어르신들 입맛에 딱 맞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식당 안을 둘러보면 젊은 여행객보다 50~70대 이상 방문객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제천 전반적으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데, 이는 제천이 가족 여행지, 특히 부모님 세대를 모시고 가기에 최적화된 도시라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 국내 여행객의 여행 동기 중 '자연 경관 감상'과 '음식 관광'이 주요 항목으로 꼽히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청풍호 뷰, 생곤드레밥, 덩실분식 찹쌀떡, 의림지 산책까지 이어지는 제천의 동선은 이 데이터와 정확하게 겹칩니다. 제 경험상 이 조합이면 부모님이 싫다고 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제천은 한 번 다녀온 뒤에 더 잘 보이는 여행지입니다. 일정과 일정 사이 거리가 생각보다 있기 때문에 차량이 없으면 불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모노레일과 호반식당 모두 선착순·현장 방문 방식이라 시간 계획을 미리 짜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꼭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에 혼자 갔지만,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올 생각을 이미 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걷고, 맛있는 걸 먹고, 호수를 내려다보는 여행이 필요한 분들이라면 제천이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_8ih6x6Te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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