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이 지금도 파티와 서핑으로 시끌벅적한 도시라고 생각하신다면, 저처럼 몇 년 만에 다시 가보시면 꽤 놀라실 겁니다. 저는 이미지가 애매해진 사이 줄곧 망설이다가 이번에 용기 내어 남자친구와 함께 다녀왔는데, 기대보다 훨씬 조용하고 온전한 여행이었습니다.
양양 이미지 변화 — 파티 도시에서 힐링 도시로
양양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머슬비치(Muscle Beach)가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머슬비치란 해변에 운동 기구와 철봉을 배치해 누구나 야외에서 체력 훈련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공간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유래한 개념입니다. 국내에서는 양양 죽도해변이 이 트렌드를 선도하면서 20대를 중심으로 서핑과 파티 문화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양 하면 지금도 그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다녀와 보니 분위기가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파티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았고, 오히려 조용히 바다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가족 여행객들이 눈에 더 많이 띄었습니다. 실제로 저희도 해변에 설치된 덤벨과 철봉에서 크로스핏(CrossFit)을 즐겼는데, 크로스핏이란 웨이트, 유산소, 체조 동작을 고강도로 조합한 기능적 운동 방식으로, 야외 머슬비치 환경과 궁합이 잘 맞습니다. 생각보다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내 관광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단거리 힐링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에서 2~3시간 이내 거리의 해안 관광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양양이 다시 힐링 도시로 돌아가고 있다는 흐름은 이런 전국적인 변화와도 맥이 닿아 있다고 봅니다.
숙소 선택 — 양양 여행의 절반은 여기서 결정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양양이 이렇게 작은 도시일 줄은 몰랐거든요. 실제로 가보면 주요 관광지와 맛집이 반경 몇 킬로미터 안에 모여 있어서, 하루 이틀이면 동선이 거의 소화됩니다. 그렇다 보니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다른 여행지보다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저희는 오션뷰(Ocean View)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는데, 오션뷰란 객실이나 테라스에서 바다가 직접 보이는 숙소 조건을 뜻합니다. 가격 대비 뷰가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체크인 하자마자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 여행으로 방문했을 때도 빨간 등대가 보이는 뷰를 보고 숙소를 골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양양에서 오션뷰 숙소를 고르는 건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선택에 가깝습니다.
양양에서 숙소를 고를 때 참고하면 좋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션뷰 여부: 바다가 보이는 숙소가 아니면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쉬움이 생깁니다.
- 펫 프렌들리(Pet-Friendly) 여부: 양양은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숙소와 식당 비율이 높은 편이라,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사전 확인이 필수입니다.
- 위치: 죽도해변, 서피비치 등 주요 해변과의 거리를 확인하면 이동 동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날에는 일찍 나서지 않고 늦잠을 자면서 느슨하게 오전을 보냈는데, 이게 오히려 제 경험상 양양 여행과 가장 잘 맞는 방식이었습니다.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숙소에서 바다를 보며 쉬다가 점심 즈음 나서는 리듬이 훨씬 맞았습니다.
생선구이 맛집 — 노각에서 먹은 한 끼
양양 음식 하면 해산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노각이라는 생선구이집이었습니다. 생선구이 자체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집은 생선을 아주 파삭하게 구워내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생선구이집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선구이 식당은 냄새와 위생 문제로 반려동물 동반이 제한적이지만, 양양의 펫 프렌들리 문화 덕분에 웬만한 맛집들이 강아지 동반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방문한 식당뿐 아니라 서퍼들 사이에서 유명한 시카고 피자집도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고, 비건 토마토 소스 메뉴를 따로 운영할 만큼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식당 주변에는 온천이 조성된 마을이 있었는데, 여기서 흐르는 물이 온천수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일본 벳푸의 온천 마을과 비슷한 분위기가 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볼거리였습니다. 한 가지 현실적인 단점을 꼽자면, 양양은 저녁 7시만 넘어도 문을 닫는 식당이 많아서 저녁 식사 계획을 일찍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도 둘러보다가 문 닫힌 식당을 몇 군데 만났는데, 카카오맵이나 네이버 지도에서 영업시간과 후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양양처럼 작은 도시를 여행할 때의 요령입니다.
양양 여행의 실용 정보 — 소도시 여행의 현실
양양은 행정구역상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에 속하며, 인구는 약 2만 7천 명 수준입니다. 국내 기초지자체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소도시(Small City)로, 소도시란 대도시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밀집되지 않아 여행 방식이 자연스럽게 느려지는 특성을 가진 지역을 뜻합니다. 빽빽한 관광 일정보다는 한두 가지 목적을 중심으로 여유 있게 움직이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관광지 규모 대비 숙소 단가는 오히려 높은 편입니다. 강원도 내 주요 해안 관광지 물가 현황에 따르면 속초, 양양, 강릉 일대의 숙박 비용은 성수기 기준 수도권 인근 리조트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출처: 강원특별자치도 관광재단). 그만큼 숙소 예산을 넉넉하게 잡고, 식사나 액티비티 비용은 현지에서 유연하게 조정하는 계획이 실용적입니다.
제 경험상 양양은 볼거리보다 '있는 것들을 천천히 즐기는 여행지'입니다. 특정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바다를 보고, 밥을 먹고, 숙소에서 쉬는 리듬으로 접근할 때 가장 만족스러웠습니다.
양양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소박한 도시였습니다. 한때 파티와 서핑으로 떠들썩했던 이미지는 많이 가라앉았고, 지금은 짧게 쉬러 가기 좋은 여행지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처음 방문을 고민 중이라면 숙소 컨디션을 가장 먼저 챙기시고, 식당 영업시간은 낮에 미리 확인해두시길 권합니다. 계획을 비워둘수록 더 잘 맞는 곳이 양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