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관광지를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거기가 진짜 포토스팟이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교토 아라시야마를 다녀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진들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사람은 처음부터 알고 가는 곳이 따로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하는 이유, 마루키 베이커리와 이노다 커피
교토 2일차 아침, 피곤함을 억지로 이겨내고 마루키 베이커리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조금만 늦으면 솔드아웃(sold-out)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닙니다. 솔드아웃이란 상품이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교토 인기 베이커리들은 오전 중으로 진열대가 비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대를 잔뜩 품고 갔는데 솔직히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맛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쉽다기보다는, 그 아침 공기와 같이 먹으니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그다음 향한 곳이 이노다 커피 본점입니다. 교토 3대 커피로 꼽히는 곳 중 하나인데, 제가 직접 가보니 단순히 커피 맛만으로 유명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카페 특유의 킷사텐(喫茶店)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킷사텐이란 일본에서 1950~7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전통 찻집 형태의 카페로,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열고 나폴리탄 파스타, 프렌치토스트,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 메뉴를 함께 파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노다 커피도 이 킷사텐 문화를 그대로 이어받아, 저희도 세트 메뉴로 샌드위치를 주문했습니다. 커피와의 페어링(pairing)이 생각보다 잘 맞았고, 이른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치쿠린 대나무 숲과 란덴 기차 포토스팟의 진짜 가치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치쿠린(竹林)의 대나무 숲입니다. 치쿠린이란 대나무가 밀집하여 하늘을 덮을 정도로 빽빽하게 자란 숲 지대를 뜻하며, 아라시야마의 치쿠린은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경관 명소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기온(氣溫)이 상당히 높았는데, 키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대나무들이 햇빛을 차단해 주는 자연 차양 효과가 있어서 예상보다 훨씬 걷기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다녀보니 치쿠린에서 진짜 알아야 할 포인트는 대나무 숲 자체보다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란덴(嵐電) 기차가 숲 사이를 통과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포토스팟입니다. 란덴이란 교토의 노면 전차 노선인 게이후쿠 전기철도의 별칭으로, 아라시야마 구간에서는 대나무와 나무가 우거진 사이를 레트로한 소형 전차가 지나가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 구도가 인스타그램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진들의 비결이었습니다. 교토 여행에서 SNS 사진이 유독 예쁘게 나오는 이유가 이런 숨겨진 포토스팟을 알고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걸 그날 확실히 느꼈습니다.
교토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후 빠르게 회복되어 2023년 기준 약 4,2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출처: 교토시 관광청).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결국 인기 스팟은 언제나 붐빈다는 것이고, 사진 한 장을 잘 건지려면 타이밍과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저도 SNS에서 미리 좋은 각도를 파악하고 간 덕분에 원하는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아라비카 커피와 카페투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치쿠린 산책 후 도게츠교(渡月橋)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아라비카(% Arabica) 커피가 나옵니다. 아라비카란 커피 원두의 품종 중 하나로,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향이 풍부하고 산미가 살아 있어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선호하는 고품질 원두입니다. 이 카페는 라떼가 대표 메뉴인데, 제가 직접 아이스 라떼를 마셔보니 농도와 우유 비율이 잘 잡혀 있어서 커피 쓴맛에 예민한 분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카페 자체보다 제 눈을 사로잡은 건 위치였습니다. 도게츠교 바로 앞이라 강과 다리, 그리고 약간 채도가 낮게 가라앉은 교토 특유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웨이팅이 있었지만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건 뷰 덕분이었습니다. 오히려 줄 서는 동안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되더군요.
이날 총 세 곳의 카페를 돌았는데, 카페인 과다 섭취로 밤잠을 못 잘까 걱정했습니다. 카페인의 반감기(half-life)는 평균 5~6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감기란 체내에 흡수된 물질이 절반 농도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커피를 오전부터 오후 사이에 마신다면 취침 시간에는 상당 부분 분해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로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적당한 신체 활동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출처: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 저도 그날 2만 보를 훌쩍 넘게 걸었더니, 커피 세 잔이 무색하게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아라시야마 카페투어를 계획 중이라면 다음 순서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 이른 아침: 마루키 베이커리 or 이노다 커피 본점에서 아침 식사 겸 첫 번째 커피
- 오전 중: 치쿠린 산책 및 란덴 포토스팟 탐방
- 오전~점심: 아라비카 커피에서 도게츠교 뷰를 즐기며 라떼 한 잔
이 동선이면 웨이팅도 최소화하고, 각 스팟의 가장 좋은 시간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교토 여행에서 카페 투어를 하루 일정 중 가장 많이 걷는 날에 배치한 건 돌이켜 봐도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카페인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이동 거리가 긴 날을 골라 잡으세요. 2만 보 넘는 도보량이면 커피 두세 잔 정도는 수면에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토는 소셜미디어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포토스팟이 많은 도시입니다. 다음에 교토를 간다면, 인스타그램에서 #교토 #아라시야마 해시태그로 사진을 먼저 훑고, 마음에 드는 구도가 어디서 찍힌 건지 역추적해 보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그 한 번의 사전 조사가 여행 만족도를 꽤 끌어올려 줍니다.